실국장회의 모두발언…“책임 통감”
“트럼프 행정부와 원활한 소통 노력”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9일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에 대한 우방국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기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외교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교 일선의 기강을 다잡고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연 국무회의와 계엄 해제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조 장관은 이날 실국장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외교장관으로서,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그는 이어 “본부와 재외공관의 직원 여러분들뿐 아니라 은퇴하신 선배 동료 외교관들과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외교부가 장관의 실국장회의 모두발언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조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조 장관은 회의에서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우리 모두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합위기 상황으로 인해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심기일전해 우리 외교에 한 치의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무엇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며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신행정부와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챙겨야 할 정책 과제와 상호 정책 조율을 위한 준비 작업에도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도 필요한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조 장관은 “우리에 대한 우방국의 신뢰와 국제사회의 기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진정성을 가지고 신뢰 회복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정부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다자외교에서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되니 주유엔대표부 등 다자외교를 관장하고 있는 재외공관들이 보다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우리 국민과 기업, 그리고 재외동포의 불안감을 일소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더 해야 할 일이 없는지 본부와 재외공관이 지혜를 모아 달라”라며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한 범정부적 노력에 대한 외교적 지원이 적시에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부처와의 협업에도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안보·경제·민생 모든 분야에서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정상으로의 복귀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지혜와 역량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