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주도권 놓고 대립하는 검·경·공수처···특검 뜨기 전에 합동수사 필요

강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개막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 개막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주도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고발 사건을 모두 넘기라는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검찰은 9일 ‘합동수사’를 제안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제안에 확답을 피했고, 경찰은 여전히 독자수사를 고집하고 있다. 세 기관 모두 각자의 셈법에 따라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건 모양새다. 합동수사가 필요해 보이지만 합동수사를 하더라도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과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날 만나 수사 진행 방식에 대해 협의했다. 공수처는 사건 일체를 이첩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지만 대검은 역으로 합동수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내부 검토를 하겠다’라고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권에 대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입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이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하고 있으나 ‘독립수사청’인 공수처가 수사를 해야 공정성 논란이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경에서 수사하는 것에 대해 대상자(피의자)와 수사기관의 관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고려해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고,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고발된 사실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경찰은 현행 법령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다며 이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인 데다 내란죄로 피고발된 고위직 경찰관들에 대한 내란 혐의의 공범으로 관련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군검찰을 파견받았으므로 자신들이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공수처가 사건을 모두 넘겨받아 수사하더라도 기소 권한이 없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다는 주장도 편다.

검·경이 공수처의 이첩요청에 불응해도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나 세 기관이 각자 수사를 하면 중복수사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법원은 각 기관이 신청·청구한 영장 중 일부에 대해 중복수사를 이유로 기각하기도 했다. 사실상 같은 내용의 영장을 청구한 만큼 각 기관이 협의를 거치라는 취지에서다.

각 기관이 의지를 불태우지만 ‘한계’도 적지 않다. 내란 혐의 직접수사권은 경찰에 있지만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공범으로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의 객관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검찰 역시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수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 조차 1년이 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수사력에 의심을 받는다. 이런 한계는 각 기관의 약점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이 사건에 명운을 걸고 나선 이유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결국 최종적인 대안은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가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국회가 특검법안을 통과하고 실제로 가동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단 세 기관이 합동수사를 하는 게 합리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기관도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합동수사를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켜서 각 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등 발 빠르게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협의체가 출범되더라도 최종 지휘부를 꾸리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각 기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조속히 대규모 특검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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