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엿새 지났지만 대통령 윤석열은 여전히 권좌에 있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은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국민의힘은 국민 절대 다수가 요구하는 국회 탄핵을 막고 있다. 여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구실 삼지만, 시간벌기 술책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힘은 9일 ‘정국 안정’ ‘국정 지원’ ‘법령 검토·지원’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공동 담화문으로 발표한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구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채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의 국정 운영은 그 자체가 위헌·위법이다. 시민들은 두 사람에게 사태 수습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헌법에 따라 윤석열이 사퇴하거나 국회가 탄핵하는 것보다 질서 있는 방식이 있는가. 내란 수괴를 하루라도 빨리 직무에서 배제시키라는 게 국민 명령이다.
민심과 먼 여당의 오판은 윤상현 의원 발언에서 도드라진다. 5선 중진인 그는 전날 “박근혜 탄핵을 앞장서 반대해 욕 많이 먹었는데, 1년 뒤에는 ‘의리 있다’(면서)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분이 명예롭게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우리 의원들의 몫이자 최소한의 예의”라고도 했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해도 유권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는 망발이 어이없고, 내란 수괴를 즉각 퇴진·단죄하지 않고 명예롭게 탈출시킨다는 발상이 공당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는 의총에서도 이런 뜻을 설파했다 한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길래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가.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반성·사과 없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내란을 획책한 이가 ‘질서’ 운운하며 원하는 시점에 대통령직에서 내려가겠다는 건 가당치 않다. 윤석열 퇴진 시기·방법을 뭉개고 있는 한 대표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여당에서 친윤·친한계가 내분하고 있으니, 저마다 머리만 모래 속에 처박고 있는 타조와 뭐가 다른가.
야당은 윤석열 탄핵안을 재차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거리의 성난 민심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탄핵안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가결된다.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집권 연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반헌법적 행태를 멈추고, 즉각 탄핵안 처리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