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표법관회의가 대법원이 새로 도입하려고 논의 중인 법원장 보임안에 대해 “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의견 제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각급 법원 판사들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인사위원회가 심의 권한을 갖게 되자 법관들이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법·고법 법관 인사에 대해선 기존의 이원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대표법관회의는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4년 하반기 정기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장 보임제도’ 관련 안건을 가결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이 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인 회의체로, 매년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대한 의견을 모아왔다.
지난 2019년부터 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각급 법원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 ‘법원장 추천제’로 보임해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수평적인 법원장 보임 제도를 갖추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러나 ‘인기 투표’로 변질돼 판사들의 일할 동기가 약해지고 재판 지연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기존의 법원장 추천제를 수정해 후보자를 각급 법원이 아닌 전국 단위로 추천받은 뒤, 법관인사위원회가 후보들을 심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지방법원장은 고법 부장판사로 보임하도록 해 이원화됐던 지법과 고법의 인사 시스템을 손질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법관들은 “법원장 후보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법관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의견제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또 “법원장 보임에 법관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심의·자문 절차에 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관 인사 이원화’에 대해서는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의 완성을 위해 고등법원장은 고법 소속 법관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법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돼야 한다”며 “고법 부장판사를 과도기적·한시적으로 지방법원장으로 보임하더라도 이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군사법원으로 재판 관할을 이전하는 것을 논의한 것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법원행정처 황인성 기획총괄심의관은 대표법관들의 관련 질의를 받고 “갑작스러운 계엄선포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될 경우 재판 관할 등에 관해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상계엄 선포가 합헌이고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한 것이 아니라, 당장 다음 날부터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