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나토가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해 이중고 겪어”
무역 불균형 등 주장, 재차 탈퇴 시사…한국 표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8일(현지시간) 미국이 유럽과의 관계에서 방위 부담과 무역 불균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를 시사했다. 안보와 무역 문제를 연계해 동맹국을 압박하는 집권 2기 ‘미국 우선주의’ 구상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불러 온 한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관세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개된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무역 불균형과 방위비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그는 “첫째, 유럽 국가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자동차, 식료품 등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그에 더해 우리는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이것은 이중고”라고 말했다.
그는 1기 행정부 때 자신이 ‘돈을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나가자 나토 회원국들이 6000억달러(약 862조원) 이상을 내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이 돈을 내고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면 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그렇지 않다면 탈퇴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한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고율 관세 부과 방침도 재확인했다. 2018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옹호하면서 “관세는 우리를 부유하게 한다”고도 했다. 그는 “오하이오의 월풀(세탁기 공장)을 보라.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수천, 수만 개의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사실상 첫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에 대한 인식과 기존 공약 실행 의지가 분명히 드러남에 따라 한국에 미칠 파장에 시선이 쏠린다. 유럽 동맹들을 ‘안보 무임승차론’과 ‘관세 무기화’의 두 갈래로 동시에 압박하며 나토 탈퇴 위협까지 불사하는 트럼프식 압박이 한국에도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운동 기간부터 그는 “한국은 머니 머신”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했다. 올해 9월까지 대미 누적 무역수지 흑자가 약 500억달러로 세계 7위인 한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트럼프 2기 대응 시나리오에도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독 정상 간 개인 외교를 중시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까지 가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이 내란 혐의 피의자인 한국은 ‘톱다운’ 돌파구를 모색할 여지가 사라졌다.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체질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흘 전쯤 소통했다”면서 “그가 대만을 침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중국이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