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반역한 환경부의 운명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인 마리아 미스와 환경·여성인권 문제를 주로 다뤄온 인도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의 공저 <에코페미니즘>에는 우리 인류가 현재 “가이아의 법칙과 시장 및 전쟁의 법칙 사이의 경합”이라는 “시대적 경합의 와중”에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인간의) 지구에 대한 전쟁과 지구와의 평화 사이의 경합”이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 인류가 지구 생태계를 상대로 일으킨 반란 내지는 반역을 지속할 것인지, 또는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인 숱한 생물종들과 공존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얘기다. 국내의 한 사회학자 역시 <에코페미니즘> 서평에서 “인류가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자신들의 편의대로 이용해온” 역사를 “자연에 대한 인간 쿠데타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환경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7개월간 벌여온 행태는 자연환경 파괴와 오염 가속화 정도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환경부가 벌여온 일들은 자연에 대한 반역이자 한반도 남쪽 생태계에 대한 쿠데타, 환경정책의 시곗바늘을 전근대로 돌려놓은 폭거 등으로 설명하는 게 보다 정확할 것이다. 제주 제2공항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흑산도공항 등 환경파괴 사업들을 허가하고, 법령에 따라 시행 예정이었던 플라스틱 포함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포기한 것, 4대강 재자연화를 폐기해 하천의 건강성을 해친 것도 모자라 ‘기후역행 댐’ 14곳의 신설을 추진한 것, 차기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떠넘긴 것,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1042마리의 떼죽음을 방치한 것 등이 환경부가 자연에 대해 저지른 반역행위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전쟁범죄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행위들을 채 3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낸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이처럼 환경부가 저지른 자연에 대한 반역행위들은 대체로 절차적 결함이 있는 데다 정책의 정합성이 극히 부족하고, 필요성이 전혀 없으며, 의견 수렴 절차조차 생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지난 2년7개월간의 환경부를 역대 최악이자 가장 무능한 환경부로 주저 없이 꼽는 이유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등 전 지구적 삼중위기가 점점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위기의 해법을 찾아내고, 피해를 최소화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당국의 책임과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임에도 이미 정권 초기부터 존재 의의를 상실한 것은 물론, 자연에 대한 반역행위까지 거듭해온 현재의 환경부로는 삼중위기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은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페미니즘>에서 저자들은 인류의 운명에 대해 “지구와 평화로운 사이가 되든지, 아니면 지금처럼 다른 생물종을 멸종해가면서 인간으로서 멸종을 맞이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서 “지구에 대한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지성적인 존재의 선택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자연과 전쟁을 하면서 ‘멸종을 맞이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바로 멸종위기 생물들의 멸종을 방관하고, 오히려 부추겨온 환경부 스스로 선택한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김기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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