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탄핵 반대, ‘보수 몰락’을 재촉할 것이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국민의힘은 역시 ‘전두환 민정당’의 후예답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이라는 꼼수로 국헌을 문란케 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을 무산시켰다. 탄핵 반대는 곧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던 윤석열을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버젓이 놔두자고 한 것이다.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을 결사적으로 지키려는 이유는 뻔하다. “탄핵 이후 혼란을 막기 위해서”란 건 변명일 뿐, 그들의 정권을 내놓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헌정을 유린한 심대한 문제 앞에서 “지금 탄핵하면 정권이 이재명에게 넘어간다”는 정략적 타산만 하고 있다.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내란 비호 세력’ 딱지를 자청한 셈이다.

때론 외신이 사태의 핵심을 통찰할 때가 있다. “탄핵 무산은 여당에 ‘피로스의 승리’(심각한 대가를 치르며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가 될 것”(WSJ)이라거나 “국민적 분노를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힘까지 확대할 위험한 도박”(NYT)이라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특히 로이터통신의 기사가 뼈를 때린다. “윤석열은 탄핵 표결 후에도 비틀거리며 나아간다.” 공화국에 현존하는 최대 위험(윤석열)이 비틀거리지만 ‘나아갈’ 수 있게 만든 건 국민의힘이다.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는 건, 내란 피의자가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나라의 큰 위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대통령 지위에 그대로 있을 경우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돈과 갈등,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빛나는 민주주의를 군홧발로 짓밟은 윤석열을 그대로 두고선 무너진 국격을 회복할 수 없다.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이 여전히 그 권좌에 앉아 국가를 대표하게 할 순 없다. 탄핵은 경제와 외교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길이기도 하다.

탄핵 민심을 내팽개친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정국 수습책으로 들고 나섰다.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엊그제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질서 있게 조기 퇴진시키고, 퇴진 시까지 사실상 직무 배제할 것이며, 그동안 국무총리와 여당이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위헌적이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발상이다. 헌법상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경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뿐이다. 대통령이 재직 중인 상황에서는 군통수권, 행정부 통할권, 인사권, 법령심의권, 외교권 등이 윤석열에게 있다. 당장 한 대표가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윤석열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직무 배제는 시간을 끌고 당장의 탄핵을 피하려는 술수이기 십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통과시킬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이다.

질서와 퇴진이 함께 가능한, 헌법적으로 유일한 방도는 탄핵이다. 합법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 방도는 헌법에 보장된 탄핵밖에 없다. 내란을 획책해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을 쫓아내는 질서 있는 방법은 탄핵뿐이다. 탄핵은 국민의힘이 주장한 대로 ‘헌정 중단’이 아니라 질서 있는 헌정 회복 절차다.

국민의힘은 “또 탄핵하면 보수는 몰락”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헌정 질서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대의인데, 헌법을 파괴한 행위에 마땅한 책임을 묻고 심판하지 않으면 어떻게 보수를 지키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 반대는 오히려 보수의 몰락을 재촉하는 길이다.

12·3 내란 사태를 맨몸으로 막아냈던 주권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표결에 집단 퇴장으로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엄청난 항의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매주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때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광장의 분노는 더 거세질 것이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탄핵 반대의 스크럼을 짜고 막아도 어차피 윤석열은 탄핵될 것이다. 거대한 탄핵 민심을 목도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무리 반대 당론으로 묶어도 8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이제라도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을 풀고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살아남을 조그마한 길이라도 열릴 것이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Today`s HOT
미국의 폭설로 생겨난 이색 놀이 인도네시아의 뎅기 바이러스로 인한 소독 현장 인도네시아의 설날을 준비하는 이색적인 모습 휴전 이후의 가자지구 상황
가자-이스라엘 휴전 합의, 석방된 팔레스타인 사람들 다수의 사망자 발생, 터키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
중국의 춘절을 맞이하는 각 나라들의 모습 각 나라 겨울의 눈보라 치고 안개 덮인 거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베를린 국제 영화제 위한 곰 트로피 제작 세계 지도자 평화와 화합 콘서트의 홍타오 박사 타이둥현 군 기지를 시찰하는 라이칭 테 대만 총통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