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침투 등 때마다 전쟁 불안…우린 생명 절박한데, 절박해 계엄 했다니”

이예슬·김송이 기자

① 접경지 주민들

[탄핵이 절박하다]“무인기 침투 등 때마다 전쟁 불안…우린 생명 절박한데, 절박해 계엄 했다니”

여 탄핵안 표결 이탈엔 “역사의 죄인들”

“평양에 무인기 침투했을 때 접경지 주민들은 정말 절박했어요. 곧 전쟁이 터질 것만 같았으니까요.”

경기 파주시 민통선 남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윤설현씨(57·사진)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110초짜리 대국민 담화 방송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방송, 오물 풍선 등 도발에 시달려온 접경지 주민들은 “우리는 대통령 때문에 매일 목숨을 걱정해야 했다”고 꼬집으며 “국민의 절박함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경지 주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안이 가중됐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지난 3일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혹시나 북한의 움직임이 있을까봐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혹시나 군대가 이동하지는 않는지 계속 집 밖에 나가 지켜보며 밤에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연천군 주민 최현진씨는 “연천은 10년 전에 포탄이 떨어진 적이 있어서 지역주민들은 ‘전쟁이 날까봐 무섭다’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불안은 “절박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의 담화 이후 분노로 번졌다. 윤씨는 “국민의 절박함은 듣지 않더니 본인의 절박함은 호소하나”라며 “대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박모씨(74)는 “5개월째 소음에 가까운 대남방송을 듣고 있는데 나아지는 건 없고 힘든 상황만 반복되다 보니 치매가 올 지경”이라며 “뉴스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 너무 머리가 아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불안과 분노가 폭발 지경에 달했다고 했다. 윤씨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고 대북전단을 살포할 때부터 국지전을 일으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불안에 떨었다”면서 “의심이 현실이었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생활이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생명에 실질적인 위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 절박함을 무시한 대통령과 여당을 탄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최씨는 “군인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걸 보며 당연히 내란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두천 주민들이 지역구 의원인 김성원 의원 사무실에 가서 항의하고 스티커를 붙였다는 소식을 듣고 연천 주민들도 행동에 나설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여당이 탄핵안 표결에 참여도 하지 않은 것은 역사의 죄인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탄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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