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앞에 선 김현태 707특임단장
전 특전사령관 통해 “본회의장 안 국회의원 빼내라” 전해들어
지휘부, 계엄 해제 요건 관련 헌법·법률 인지 후 ‘의도적 거절’
“부대원에 실탄 전달 안 해…707은 김용현에 이용당한 피해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지휘관이 9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과반수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미다. 계엄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 더욱더 또렷해지고 있다.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대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이 넘어서는 안 된단다. (국회 본회의장) 안에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단장은 “‘전혀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는 지난 4일 0시30분쯤 ‘안보폰’으로 이뤄졌다.
김 단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화로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을 그대로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한테서 “‘국회 본회의장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과 국회 의원회관 건물의 봉쇄”를 지시받았다. 김 단장은 국회의 지형을 알지 못해 T맵(내비게이션 앱)을 켜서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국회에 수백명이 운집해 있던 상태라 봉쇄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계엄사령부 지휘부가 계엄 해제 요건 등과 관련한 헌법·법률을 인지했고, 이를 의도적으로 어겼다는 뜻이 된다. 김 단장이 해당 지시를 받은 시점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던 때다. 김 단장은 “계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며 “모르는 것 또한 제 책임이라 생각하고 부대원들을 내란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것에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부대원들은 비상이 걸리면 고유한 장비와 총을 착용하고 나가게 돼 있다”며 “저격탄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져간 실탄도 부대원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별도로 보관했다고 했다. 김 단장은 실탄을 썼다면 의원들을 끌어낼 수 있었겠지만 “그건 상상도 안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곽 전 사령관은 “탄통은 버스 등에 뒀다”고 했고, 같은 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총기와 탄약을 모두 차량에 두고 빈 몸으로 (작전) 수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엄군이 실탄을 들고 국회 본관으로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계엄군이 들고 가는 탄약통 사진은 언론사 카메라에 여러 건 포착됐다.
신원이 기밀에 해당하는 김 단장은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나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김 단장은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작전하면서 부대원들이 ‘우리가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며 자괴감 섞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김 단장은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을 따른 죄뿐”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707특임단은 대테러 특수부대로, 특전사 중에서 선발하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