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대혼돈
나흘 만에 시총 144조원 증발
최근 이틀간 개미 2조원 투매
정부 자금 투입도 효과 못 내
전문가들 “정치적 안정 시급”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공포에 빠졌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무산된 후 첫 개장일인 9일 코스피는 3% 가까이 급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40원에 근접하며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시에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간 증시를 방어해온 개인투자자까지 하루 새 1조원 넘게 투매 양상을 보이면서 계엄 선포 이후 4거래일간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4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7.58포인트(2.78%) 급락한 2360.58에 마감했다. 8월5일 ‘블랙먼데이’를 밑돈 연중 최저 종가이자, 지난해 11월2일(2343.12) 이후 최저치다.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가 큰 충격을 받았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34.32포인트(5.19%) 폭락한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7.8원 오른 달러당 1437원에 주간거래를 마감, 2022년 10월26일(1439.7원)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였던 지난 4일(-1.44%, -1.98%)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흘 만에 시총은 약 144조원 증발했다.
그동안 약세장을 지켜온 개인투자자들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약 1조2000억원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6일과 9일 양일간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시장에 투입한 밸류업 펀드 300억원을 포함해 주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최대 43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히고, 연기금이 대거 증시 순매수에 나섰지만 개미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지 못했다.
탄핵 무산으로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증권가에선 환율의 단기 상방을 달러당 1450원, 코스피의 하방을 2250선까지 열어놓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련의 사태가 원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질 악재라고 진단해 단기적으로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선 빠른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정치적 리스크가 빨리 해소되고 공매도 금지도 풀어 시장이 정상화돼야 주가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과 가결 시나리오 중 가결 시 리스크가 경감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탄핵 부결 시 환율 상단은 1480원·코스피 하단은 2300, 가결 시 환율 상단은 1450원·코스피 하단은 2400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탄핵 가결 시) 추가 계엄 가능성 소멸, 정치 리스크 완화 수순이 낮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