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시리아에서 철권 통치를 이어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한 시리아 반군이 여성의 히잡 강제 착용을 금지하는 등 주민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시리아 일간 알와탄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사령부는 히잡을 비롯해 여성의 옷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외모와 관련해 발언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시리아 국영 언론사에 소속된 직원들을 위협하는 등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군의 이런 조치는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 자신들을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단체로 의심하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는 동시에, 시리아에서 ‘정상적인 통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연합의 주축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하야트타흐리틀알샴(HTS)으로, 이들의 전신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이다. HTS는 2016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었으나, 미국은 사실상 그 뿌리가 같다며 HTS를 테러 조직 명단에 올린 바 있다. HTS 수장인 아부 모하메드 알졸라니에겐 1000만달러(약 140억원)의 현상금도 걸려 있다.
미국은 HTS가 알카에다와 결별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목표가 ‘시리아의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고 의심하고 잇다.
다만 현상금이 걸린 HTS 수장 알졸라니는 2016년 조직의 이름을 지금의 HTS로 바꾸고 여성의 히잡 착용이나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 왔다.
앞서 HTS를 주축으로 한 반군 연합은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지원국인 이란과 러시아가 각자의 전쟁으로 분주한 틈을 타 지난달 27일 대공세를 시작, 11일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렸다.
‘시리아의 도살자’라고 불리던 독재자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의 수도 함락 직전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