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혐의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동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사태 피의자 가운데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구속영장에는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등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르면 10일 밤 김 전 장관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9일 밤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형법 87조(내란)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 가운데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우두머리(수괴)’에 있는 범죄 구조로 파악한 것이다. 내란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진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비상계엄 계획, 선포, 실행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장관이 정치활동 금지 등을 담은 포고령 작성에 관여하고, 계엄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동을 지휘한 정황이 앞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오전 1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자진출석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6시간가량 조사한 뒤 같은날 오전 7시50분쯤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받는 내란 혐의가 최대 사형이 가능한 중범죄이고, 김 전 장관이 조사를 받기 전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긴급체포 사유를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체포 당일 오후와 이날 김 전 장관을 추가로 조사한 뒤 이날 저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군 고위간부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은 체포 기간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고, 계엄군 지휘부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위헌·위법성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르면 10일 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김 전 장관 구속 여부는 검찰 수사 성패를 가를 첫 관문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번 사태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앞서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을 밝히며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했다. 반면 60명 넘는 대규모 수사인력으로 전방위적인 수사를 했음에도 김 전 장관 구속에 실패하면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