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다녀간 가게’…이젠 알까 무섭다

김현수·이삭 기자

지지 보냈던 대구 상인들

계엄 후 “군 동원 아주 잘못”

사진·서명 등 홍보 흔적 삭제

대구 서문시장 상인이 창고에 보관 중인 ‘윤석열 코골이 베개’ 광고지. 연합뉴스

대구 서문시장 상인이 창고에 보관 중인 ‘윤석열 코골이 베개’ 광고지. 연합뉴스

“(윤 대통령 사진) 뜯어냈어요.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세요.”

9일 오전 찾아간 대구 상권 1번지 서문시장.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70대 A씨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당선인 신분으로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찾은 가게다. 맛집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이후 ‘윤 대통령이 다녀간 집’으로 더욱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가게에서 사진과 서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A씨가 직접 떼어냈기 때문이다.

인근 상인 B씨는 “이런 사람 사진을 왜 붙여놨냐며 따지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뭐하러 안 좋은 소리 듣겠느냐. 또 대통령이 잘한 것도 없지 않나”라고 귀띔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이라고 칭했던 대구에서 윤 대통령의 사진·서명 등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비상계엄령 선포로 탄핵·하야는 물론 내란죄 적용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대구에서 윤 대통령을 ‘손절’하는 것이다.

대구 중구의 한 유명 국밥집에서도 윤 대통령 사진 등이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로 대구에서 근무하던 시절 식사하러 자주 찾았던 곳이다.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다시 이 국밥집을 방문하자 가게에는 ‘40년 단골 윤석열 대통령 방문’이라는 펼침막과 친필 서명이 내걸렸다. 윤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식사하신 자리’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대구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이 가게 주인은 “(윤 대통령 사진 등을) 좋아하는 손님도 있지만 싫어하는 손님도 있어 모두 뗐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이 지역 상인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절대 옹호할 수 없다”고 했다.

서문시장 상인 조모씨(60대)는 윤 대통령에 대해 “하나도 마음에 안 든다. 군인 동원한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서문시장에서 유행했던 ‘윤석열 베개’를 처음 팔아 유행시킨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하면 잘할 줄 알았는데 이럴 줄 몰랐다”며 “상인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했다.

서문시장은 대구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이다. 대선·총선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찾는다. 박종호 서문시장 동산상가 회장은 비상계엄 선포를 ‘핵폭탄급 실수’라고 했다.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서문시장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윤석열 지우기’에 나선 민심이 확인된다. 이날 찾아간 충북 청주의 한 식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사진과 친필 서명이 사라졌다. 이 식당은 윤 대통령을 포함해 이재명·안철수·배현진 등 여러 정치인의 자필 서명이 걸려 있던 곳이다.

인근 상인은 “선거철만 되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국민을 무시하고 탄핵 표결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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