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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를 첼로로 연주한다면

입력 2024.12.10 11:23

첼리스트 박유신 음반 발매

어텀실내악페스티벌·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 활약

첼리스트 박유신. ⓒJino Park

첼리스트 박유신. ⓒJino Park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하려면 좋아해야 한다. 모든 일의 기본이다.

첼리스트 박유신(34)은 출강하는 대학교 학생들에게 늘 이 말을 강조한다. 당연하지만 실천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박유신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한다. 연주회하고, 음반 내고, 가을에 잇달아 열리는 페스티벌 2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도 “몸은 하나지만, 더 잘하는 능력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최근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첼로로 연주한 음반을 낸 박유신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겨울나그네>는 작곡된 지 200년 가까이 되도록 사랑받은 연가곡이다. 수많은 전설적인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다만 인간의 목소리를 악기로 대체해 연주하겠다는 발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아름다운 목소리, 목소리에 담긴 시적인 가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유신은 가사 대신 멜로디에 집중했다.

“<겨울나그네>는 시적인 옛 독일어로 쓰였기 때문에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첼로가 연주하는 멜로디에 집중해 들으면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첼로 연주에는 가사가 없지만, 박유신은 성악가들이 독일어 가사 뜻을 공부해 노래하는 것과 똑같이 연습했다. 가사 속 어떤 단어가 강조되는지 살폈고 이를 연주에 담았다. 일반적인 첼로 레퍼토리보다 각 곡의 길이가 짧다는 점도 어려웠다. 1분~3분의 곡에 수많은 변화가 있어 이를 연주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데 주력했다.

박유신은 ‘휴식’이란 제목이 붙은 10번째 곡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다른 어떤 작곡가도 쓸 수 없는 멜로디”기 때문이다. 그는 “10번 이후 곡은 시간 가는지 모르고 연주하며 듣는다”고 말했다.

박유신은 올해 6회째를 맞은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4회째를 맞은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어텀페스티벌은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포항음악제는 5년 임기로 위촉됐다. 두 음악제가 시기적으로 붙어 있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유신은 수년째 결과를 내왔다.

평생 첼로만 연주해온 연주자가 프로그램 짜고 섭외하고 지역 행정기관과 협력하고 공연장 물색하고 무엇보다 스폰서를 구해 예산도 따온다. 어텀페스티벌의 경우 예산을 타기 위한 지원서도 직접 쓴다. 줄곧 ‘맨땅에 헤딩’이다. 그래도 열심히 한다. 이미 내년 행사의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내가 원하는 좋은 공연,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 열정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음악제도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연주가 좋으면 관객 만족도가 높아져, 어떤 아카데믹한 프로그램도 결국 수용된다”고 생각한다.

박유신은 실내악에 자신의 ‘음악적 이상’이 있다고 했다. 이번 음반도 실내악이다. 박유신은 “오케스트라에는 수많은 연주자가 하나로 호흡할 때 느끼는 전율이 있다. 반면 실내악에는 4명이 긴장감 갖고 순간 순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유신은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도 연다. 1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18일 인천동구문화체육센터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첼리스트 박유신. ⓒJino Park

첼리스트 박유신. ⓒJin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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