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본부 및 지원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주요 정부부처 인사가 사실상 멈춘 것과 대조적이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일상적인 업무 진행을 통해 평시와 다를 것 없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디지털·IT 금융혁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 보호 역량 강화 및 감독수요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AI(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에 대응하고,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자금융업 감독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IT 조직을 독립 부문으로 승격했다.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선불업 등 전자금융업 전담조직도 기존 14명에서 40명 내외로 대폭 강화했다. 대부업 및 채권추심업 등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전담하는 서민금융보호국을 신설하고, 불법 사금융 피해구제를 전담하는 팀도 새로 만들었다.
이번 인사는 내년 6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이 원장의 마지막 인사권 행사라 볼 수 있다. 이날 인사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모두 ‘파격’이다. 부서장 75명 중 74명의 이동·승진을 통해 전원 재배치할 만큼 대규모였고, 본부 부서장의 절반 이상(36명)을 신규 승진자로 발탁했다. 주무 부서장이 기존 공채 1기에서 공채 1~4기 및 경력 직원까지 하향됐고, 연령별로는 1972∼1975년생이 주축이 됐다. ‘세대교체’를 한 것이다.
다만 금융시장안정국의 경우 최근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 부서장을 유임했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에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점을 두고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과 국실장 인사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