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10일 국가폭력 피해자 항의에 부딪쳐 뒷문으로 첫 출근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취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두고 “헌정유린”이자 “내란행위”라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취임식 전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진실화해위 공식 명칭을 다르게 적기도 했다.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장에서 박 위원장 취임식이 열리기 전부터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은 건물 앞에 모여 취임 반대 피켓시위를 벌였다. 건물 안팎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돼 이들이 건물 내 진입을 막았다. 건물 내 진입에 성공한 비영리단체 한베평화재단 인사들은 6층 행사장 앞 복도에서 “내란수괴가 임명한 진화위 위원장 무효” “쿠데타 옹호 박선영 사퇴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정 유린’”이라면서 “법치주의를 말살하려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란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이라고 공인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밀치면 쓰러질 것이고 때리면 맞을 것”이라며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했지만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항의를 피해 건물 지하층을 통해 취임식장으로 올라갔다.
박 위원장은 취임식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박 위원장은 방명록에 “진실과 화해를 위해 나아가는 험난한 길에 위국헌신 하신 분들의 넋과 혼이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 함께 하시리라 굳게 믿는다”라고 적었다. 박 위원장이 맡은 기구의 공식 명칭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인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라고 적은 것이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위원장 취임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시국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대한민국이 더욱 정의롭고 화합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며 위원장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화위가 갈등의 도가니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 화해와 통합을 이끌어가는 큰 주춧돌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한 기자가 취임식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내란수괴 윤석열이 불법적으로 임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진실화해위 직원이 “오늘 질문을 받지 않는다. 양해해달라”면서 가로막았다. 취임식 뒤 박 위원장이 이동할 때도 기자들이 “비상계엄을 옹호하느냐” “불법 임명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피해자 단체에 헌정 유린이라고 하지 않았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박 위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박 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한 송상교 진실화해위 사무처장과 야당 추천 이상훈 상임위원은 취임식에 불참했다. 일부 위원들은 박 위원장 취임에 계속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건물 밖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및 연대단체들이 피켓 시위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는 “헌법유린 반란수괴가 임명한 박선영을 거부한다”며 “반란수괴 진화위원장은 물러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진화위의 실질적 주인이고, 그 사람들에 의한 진화위원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진화위원장이 공권력을 동원해 몰래 들어가 취임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선영이 내려올 때까지 저희 진화위에 계속 찾아와 내려오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