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당무계, 국민이 원하는 건 즉각적 하야 또는 탄핵”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놓고 ‘내년 2월 하야 후 4월 대선’과 ‘내년 3월 하야 후 5월 대선’ 등 두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 탄핵은 어떻게든 막겠다며 낸 궁여지책으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의 눈높이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양수 국민의힘 정국안정 태스크포스(TF) 단장은 10일 오전 비상의원총회(의총)에 이 두 가지 안을 보고했다. 이 단장은 두 가지 안이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퇴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심판이 6개월 정도 걸리고,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14일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예고하는 본회의를 잡아놨기 때문에 그 전에 의총에서 결론을 지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비공개 의총을 재개해 두 가지 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단장은 의총을 마친 뒤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한 시점이란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오늘 결론을 투표해 도출할 게 아니고 다양한 견해를 지도부가 듣고 향후 대응 방안과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고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한 대표가 의총에서 ‘(대통령의) 선의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는 질문에는 “(두 가지 안이) 대통령실과 협의해 (대통령의) 호의가 있어야 실질적으로 확정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두 가지 안의 퇴진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반발하자 “군 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키기 위해선 법적으로 탄핵 밖엔 없고, 그게 아니면 국민과 야당, 대통령이 다 수용할 수 있는 안이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무시무시한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며 두 가지 안을 통한 조기 퇴진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 두 가지 안을 ‘탄핵보다 빠른 하야’로 규정해 탄핵안 통과를 막는 대응책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안이 가결돼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규정상 최대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2017년 3월10일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두 가지 중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앞으로 2~3개월 동안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권한이 유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위헌 비판을 받는 당정 국정 운영도 계속된다. 윤 대통령 거취는 헌법 절차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지, 여당이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당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야할지도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권한 정지를 위해 탄핵을 외치는 민심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며 정국의 혼란과 불확실성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여당 TF가 상반기 대선 실시 등 정국 수습 로드맵을 한 대표에게 보고했다며 “대체 누가 국민의힘에 정국 수습 권한을 줬는가. 국민의힘을 ‘우리당’이라 치켜세운 내란 수괴 윤석열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 수괴 대통령과 한 몸인 여당이 내란을 수습하겠다니 황당무계하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건 즉각적 직무 정지 즉 하야 아니면 탄핵”이라고 밝혔다.
여당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이날 여당에서 세번째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김상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2월, 3월 하야라는 것은 그때까지 대통령의 직과 권한이 유지되는 것이라서 국민들의 불안감과, 세계에서 보고 있는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6선)이자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도 “국민들 관점에서 봤을 때는 너무 길다”며 ‘즉시 하야’도 로드맵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주 중으로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토요일에 탄핵의 방식으로라도 직무정지를 시켜야 한다”며 탄핵 찬성 표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2월이든 3월이든 조기 퇴진에 반대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주검 위에 정권을 세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종언을 고하자”며 “권력구조의 개헌만이 이런 불행한 국가 상황의 반복적 폐해를 막아낼 수 있다. 이제 개헌 논의를 빠르게 하자”며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