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탄핵송 플레이리스트

이명희 논설위원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는 포근한 음악’ ‘청소할 때 듣기 좋은 노래’.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원사이트 플레이리스트(플리) 제목들이다. 공부, 휴식, 노동요 등 여러 갈래인 플레이리스트는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들에겐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필수템이다. 혼자 듣기도 하지만 링크로 만들어 주변과 공유하기도 한다. 오래전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곡을 추려 음반가게를 통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친구들과 주고받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2024년 겨울,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태 이후 탄핵송이 가장 핫한 플레이리스트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영원한 건 절대 없어”로 시작하는 G드래곤의 ‘삐딱하게’가 단연 인기였다. 이보다 현 시국과 국민의 염원을 잘 설명해주는 노래가 있을까.

집회장에서는 에스파의 ‘위플래시’,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로제의 ‘아파트’ 등 K팝 레전드곡들은 물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가요도 흘러나왔다. 민중가요가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던 과거 집회와는 딴판이다. 지금 집회 현장에선 아이돌 노래도, 응원봉도 생소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에는 응원봉을 사고 싶다는 기성세대를 위한 구입 안내 글도 넘쳐난다고 한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2차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에 맞춰 오는 14일 열릴 집회에서 함께 들을 노래를 신청받고 있다. ‘함께 떼창하기 좋은 노래’ ‘추위를 날려버리는 노래’ ‘윤석열 탄핵을 앞당기는 노래’면 뭐든 된다고 한다. 민중가요를 배워서 따라 부르겠다는 10~20대가 적지 않다고 하니 적절히 안배한 플레이리스트가 좋을 듯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마음을 정리해야 할 연말에 탄핵송과 응원봉을 준비해야 하는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던 밤 윤석열은 “탄핵하라”는 구호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버텨도 시민들의 노래와 구호는 용산까지 쩡쩡 울려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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