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들은 형형색색의 팬클럽 응원봉을 들고, 민중가요와 나란히 흘러나오는 K팝을 즐기면서 집회를 ‘민주주의 콘서트장’으로 만들고 있다. 10~20대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응원봉을 들었던 그 간절한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뿐인가.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계엄’이란 단어를 찾아보고, 중학교의 신문 동아리는 “이런 나라를 물려받고 싶지 않다”며 ‘비상계엄 호외’를 만들어 배포했다. MZ세대들이 기성세대가 초래한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당당한 주체들임을 확인케 한다.
이들은 모두 민주화 이후 태어난 세대다. 정점에 달한 K팝과 한류를 향유하며 자라난 세대의 상식에서 역사책에서나 봤던 과거 계엄령 시대로의 회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불법 계엄에 맹목적으로 동조한 군 수뇌부와 달리 위법한 명령에 항거한 방첩사의 젊은 법무관들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주려 하는가.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은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국가 경제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계엄 사태 후 외환·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국가신인도가 훼손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 속에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그나마 쌓아올린 정치·경제·문화적 자산마저 탕진한 채 나라를 물려줄 작정인가. 이번 사태로 한국이 드디어 ‘전 세대가 계엄을 경험한 나라’가 됐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적 트라우마를 민주화 이후 젊은 세대까지 기어이 경험하게 만든 책임은 무겁고도, 심각하다.
지난 8일 밤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한 18세 청소년의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저와 제 친구들은 5·16군사정변(쿠데타)을 겪지 않았으나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5·18민주화운동을 겪지 않았으나 이태원 참사를 지켜봤다”면서 “한국이 싫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나라를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원 끝나고 친구들과 물떡을 사먹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함께 지키자고 호소했다.
국회는 모든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만든 이 호소에 응답할 책임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반국가세력’으로 몰려 처단당하거나, 군에 입대해도 위법한 명령 수행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회복시켜야 한다. ‘질서 있는 퇴진’ 같은 꼼수로 덮으려 해서는 국가에 대한 신뢰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