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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추락한 ‘주식회사 대한민국’…‘승자독식 체제’ 바꿔야 산다

  •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기업에서 거버넌스가 가장 중요하고 회사의 많은 문제가 결국 거버넌스로 귀결된다는 의미에서 ‘기승전 거버넌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시작하여 세 번밖에 쓰지 않았는데,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기업은 물론 5000만 국민의 삶의 터전인 국가의 거버넌스가 크게 흔들려 버렸다.

기업의 거버넌스와 국가의 거버넌스는 비슷하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주식회사의 대표는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주식회사의 거버넌스는 견제와 균형을 통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거버넌스와 닮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위임받은 힘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 전체의 위기가 온다. 뒤집어 말하면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렇게 위임된 힘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 주식회사는 주주가 선출한 이사회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선출한 의회가 그러한 역할을 하며 거버넌스의 핵심에 있는 이유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 직후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윤석열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Korea Inc.)’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글로벌 무대를 위해 덜 준비되어 있다는 인식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비단 국가와 정부의 거버넌스에 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작정하고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사람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조직이든 최소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회사가 당장 숫자로 보이는 실적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고 후 수습은 비용이 너무 크다.

이번 사태는 견제받지 않는 1인 위주의 의사결정 구조라는 대한민국 전반의 취약한 거버넌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그러한 취약점이 명확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단히 불행한 사건이지만, 길게 보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언제든 모든 이의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온몸으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으로 퇴보해 버린 대한민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하야 또는 탄핵 가결을 통한 빠른 거버넌스의 정상 회복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1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승자독식의 정치, 경제적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비판은 오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누군가 그 자리에 갔을 때 누릴 수 있는 권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0.1%만 더 얻어 1등이 되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소선거구제와 대한민국의 주주총회는 닮아 있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는 과연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그렇지 않다. 바꿔가야 한다. 기업은 물론 정치, 경제의 모든 면에서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제대로 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2·3 사태와 같은 어이없고 참담한 사건이 언제 어디서나 다시 우리의 삶을 중대하게 위협할 수 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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