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찰 국가의 권력 사유화가 낳은 비상계엄 사태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많은 시민이 1979년 계엄령을 선포해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두환의 무자비한 만행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트라우마인 계엄을 대통령 윤석열이 45년 만에 발동했다. 천만다행으로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결의되었지만, ‘비정상적인 대통령’에 대한 전 세계의 조롱과 우려는 대한민국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국제시장과 국제교류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독재자들은 항상 비장하고 절박한 표현으로 계엄령을 선포한다. “구국의 결단으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윤석열도 계엄 선포의 이유를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이 해제된 후 ‘야당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변명했지만, 윤석열은 작전 중인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작전 상황을 일일이 체크했을 정도로 ‘진심’으로 계엄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은 홍 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홍 차장은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 명단까지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독재자들은 민주주의 정신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견제와 균형’ ‘상호 관용과 이해’의 원리를 모를 뿐 아니라, 견디지 못한다. 반대 세력을 모조리 숙청하고 정리하겠다는 발상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폭정을 일으킨 연산군 같은 폭군(王)의 태도와 같다. 또 “다 잡아들여, 싹 정리해”라는 숙청(肅淸)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현은 북한의 비민주적 관행의 가장 어두운 모습과도 똑같지 않은가.

그렇다. 대통령 윤석열은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척결과 숙청이라는 ‘권위주의 정치’의 표상인 북한의 방식을 따르는 종북주의자임을 자처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세력은 북한과 대화하여 평화를 유지하려 하지, 북한의 방식을 윤석열처럼 답습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은 ‘남북 분단의 이념’과 ‘종북주의’라는 말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정적 제거를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대통령으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보다 아내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지도자로서의 심각한 자질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검찰공화국’을 만들고 ‘국가 권력의 불균형’을 악이용하여 ‘권력의 사유화’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검찰에 있을 때 누렸던 초법적 관행과 무소불위의 특권이 마침내 대통령직을 통해 국가의 최고 공권력마저도 사유화하려 한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즉 ‘검찰 권력의 사유화’로부터 ‘최고 공권력의 사유화’로 확장되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건으로 발현된 것이다.

공자는 ‘정치는 올바른 것’(政者正也)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올바르지 못한 대통령 직무 수행은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현 시국에서 국가의 미래와 헌정질서를 외면하고 ‘정권 지키기’와 ‘권력 게임’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역사와 국민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와 사회의 공동선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복(civil servant)의 태도를 갖추어야 함을 국민은 명령한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Today`s HOT
캐나다 콘월에서 이루어지는 군사 훈련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자포리자의 참담한 붕괴 현장 이색 파인애플 피자와 굿즈를 선보인 영국 루파 피자가게 베네수엘라의 1958년 독재 종식 사건 기념 집회
프랑스 에너지 강화 원동력,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자이언트 판다를 위해 수확되는 대나무들
카스타익에서 일어난 화재, 소방관들이 출동하다. 터키의 호텔 화재 희생자 장례식..
안티오크 학교 총격 사건으로 미국은 추모의 분위기.. 주간 청중에서 산불 겪은 미국을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동남아 최초, 태국 동성 결혼 시행 브라질의 더운 날씨, 더위를 식히려는 모습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