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사의 고단한 열정페이

박진환 일본 방송PD

약 14%의 사람이 일본 정부가 과로사 기준으로 정한 월 80시간을 넘는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또 약 64%의 사람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상한 시간인 월 45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의 현실이다.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이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교의 수업은 오후 3시30분쯤 끝난다. 학교 운동장은 오후 5시까지 개방되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대다수 초등학교의 교무실은 운동장으로 바로 통하는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수업을 마친 교사는 교무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교사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교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교사도 퇴근할 시간이다. 하지만 교무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교사의 시간외 근무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간외 근무는 일상화되어 있다.

중학교 교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월 80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를 하는 교사가 약 33%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는 더 이상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교원 채용시험 응시생은 10여년 전에 비해 6만명 줄었다. 교원 확보가 힘들어 담임교사를 확보하지 못한 학교도 있다. 하지만 교사 부족 현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열정페이 때문이다. 노동자는 누구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교사도 노동자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 1972년부터 시행된 ‘교원급여특별조치법’을 보면 놀랍게도 공립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에게는 시간외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대신 기본급의 4%에 해당하는 ‘교직조정수당’을 일괄 지급하고 있다. 시간외 근무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일정 금액 이상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기본급의 4%라는 규정은 지난 50여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교사들은 왜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부과학성은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교직조정수당을 13%로 인상하는 안을 마련하고 내년도 예산에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직조정수당을 13%로 인상하더라도 교사들의 열정페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시간외 근무 시간을 줄이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외 수당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무성은 13% 인상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열정페이’ 해결에 소극적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방위예산을 2027년까지 약 43조엔 증액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공교육의 근간인 교사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 보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열정페이는 이제 그만. 교사들은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박진환 일본 방송PD

박진환 일본 방송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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