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출국금지 전하며 “퇴진 의사 없어 좀비 대통령 될 것”
“권력 노리는 여당 대표, 탄핵하려는 야당…정치적 갈등 심화”
외신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출국금지된 윤석열 대통령 소식을 전하면서 ‘식물 대통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무산 등을 거치면서 한국은 사실상 국정을 이끌어갈 통치자가 없는 공백 상태에 놓였으며 정치적 기능 장애가 심화했다고도 짚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출국금지 조치가 “비상식적인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키우고 있다”며 “한국의 정치적 기능 장애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짧게 끝난 계엄령 이후 누가 (한국을) 통치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퇴진 의사가 없는 마비된 대통령, 권력을 노리는 정당(여당) 대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야당 등에 한국은 새로운 헌법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하는 짧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과했다”며 “그는 사실상 정치적 좀비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직이 식물 상태에 놓였다”고 표현했다. NYT는 대통령 출국금지 요청이 빠르게 수용된 것만 봐도 정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이 어떻게 약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퇴진 때까지 국정을 공동 운영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가의 통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WP), “대통령 재임 중 총리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문”(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 등 평가가 나왔다. 외신들은 군 통수권은 법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국방부의 발표 역시 혼란을 키웠다고 짚었다.
독일 주간 디차이트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했음에도 여당 도움으로 탄핵을 피한 윤 대통령에겐 남은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가혹한 시민 반응을 고려하면) 한국 정치의 스릴러는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지자 외신들은 한국의 경제·외교 상황을 둘러싼 우려도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탄핵 무산으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조성됐고, 한국을 누가 일상적으로 통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지역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