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모’ 검찰 주장 수긍한 법원···윤석열 조사 가시화

정대연 기자    고희진 기자
국군의 날인 지난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국군의 날인 지난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검찰이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성공하면서 내란 수사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법원이 이날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내란 공모 관계라는 검찰 주장에 수긍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함께 “범죄 혐의 소명 정도”를 영장 발부 사유로 꼽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준비, 선포, 실행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형법상 내란죄의 ‘중요임무종사자’로 본다. 이는 곧 윤 대통령을 김 전 장관의 윗선인 ‘내란 수괴’로 판단한 것이다. 내란 수괴에게는 최대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계엄 상황을 직접 지휘한 정황이 이미 상당수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한 뒤 고강도 조사를 하면서 김 전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활동 전면 금지 등을 담은 계엄포고령 작성,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엄군 출동 지휘 등에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장관 혐의 보강을 위해 계엄군 지휘부를 줄줄이 불러 조사할 때도 계엄 당시 윤 대통령 역할을 확인했다.

계엄령 발령 직후 국회 등에 투입된 부대를 지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은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점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국회 진입 당시 윤 대통령이 전화로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으니 안에 있는 인원들(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윤 대통령이 전화해 주요 정치인 등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새벽 계엄사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김 전 장관,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과 만나 상황을 챙겼다. 김 전 장관은 언론에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이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 개시 이후 주요 피의자를 처음으로 구속하면서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윤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비상계엄=내란’으로 인정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것으로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심사 단계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목한 검찰 주장을 사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래서 위로’ 향하는 통상적인 수사 절차를 따른다면 윤 대통령 조사는 군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지휘부 사이에서 연일 윤 대통령을 겨냥한 ‘양심선언’이 나오며 윤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검찰이 조만간 윤 대통령 체포 등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내란죄 수사를 둘러싼 위법 논란에서도 한 고비를 넘게 됐다. 남 판사는 “검찰청법에 의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공무원이 범한 모든 범죄와 이러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이번 사태에 연루된 만큼 내란 혐의 공범인 윤 대통령과 군 지휘부 등에 대한 수사 개시 또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김 전 장관 등의 내란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없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면 검찰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군 주요 관계자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김 전 장관을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은 긴급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일간 가능하다. 검찰이 김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 참모총장,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만큼 이들 역시 수사를 거쳐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 직후 “앞으로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이번 내란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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