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안보 위해 설정하는 ‘안전지대’ 의미
이스라엘 국방부가 자국군이 시리아 함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 있는 해군기지를 찾아 “군은 최근 며칠간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전략적 역량을 공격했다”면서 “어젯밤에는 해군이 시리아 함대를 파괴하는 작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성명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함이 시리아 해군 함정 15척이 정박해 있는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두 곳을 타격해 사거리 80~190㎞의 미사일 수십 기를 파괴했다.
카츠 장관은 지난 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세력을 겨냥해 “누구든 알아사드의 자취를 따라는 자는 그와 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가 국경 밖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행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시리아 반군 연합이 다마스쿠스를 함락시키고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피하는 등 독재정권이 몰락하자, 권력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시리아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리아에 남아 있는 전략 무기를 파괴해 반군 세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이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투입해 이틀에 걸쳐 시리아 전역의 무기고와 비행장, 방공망, 무기 생산시설, 화학무기 공장 및 연구소를 공습하는 등 국방 체계 전반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에 걸쳐 350여차례 공습이 단행됐고, 그 결과 스커드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 레이더, 탱크, 격납고 등 전략무기 상당수가 무력화됐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정권이 붕괴하자마자 이스라엘·시리아 국경 골란고원 비무장 완충지대에 탱크 등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곳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는 휴전협정 위반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며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빼앗아 현재까지 골란고원의 80%를 점령하고 있다. 1973년 재차 전쟁이 벌어지며 이듬해인 1974년 휴전협정을 통해 이 지역에 비무장 완충지대가 설정됐고,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이곳에 주둔해 왔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골란고원을 지나 시리아 영토 내 완충지대에 진입했다고 언급하며 “시리아 남부에 무기와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무균보안구역’이란 이스라엘 극우 정치권에서 사용해온 용어로, 자국 안보를 위해 설정하는 일종의 안전지대를 지칭한다. 지난해 11월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정부가 (유대인) 공동체 주변에 무균보안구역을 만들고 아랍인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사실상 아랍인을 ‘균’으로 규정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여러 언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이 완충지대를 넘어 다마스쿠스 부근까지 침투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완충지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