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개선에도 수출 둔화” 예상
계엄·탄핵 정국 보고서엔 안 담겨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1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0%로 낮췄다. 올해 성장률은 2.5%에서 2.2%로 내려잡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 상황을 고려하면 이마저 낙관론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이날 발표한 ‘2024년 12월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9월 전망보다 각각 0.3%포인트씩 낮췄다.
이번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과 같다. 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0%로 낮춘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5%에서 2.3%로,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1%로 하향했다.
국제기관들의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파가 본격화하기 전에 나왔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전망치가 낙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JP모건·노무라·바클리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계엄 사태 이후 제시한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8%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하지만 하방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는 기준금리 인하, 정부 정책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나,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상계엄이나 탄핵 정국 관련 언급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한국의 내년 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 전망 수준인 2.0%를 유지하리라고 봤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식료품 가격 상승 둔화 등으로 9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린 2.3%로 전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보다 0.1%포인트 낮춘 4.8%로 예상했다. 중국은 4.5%, 대만은 2.5%, 홍콩은 2.3%, 인도는 7.0%, 싱가포르는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관세인상 등 정책변화, 지정학적 긴장 심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아시아·태평양지역 성장전망의 하방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