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경찰청장 내란 혐의 긴급체포라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경찰 일선에는 무거운 기류가 드리웠다. 경찰 조직 수장을 가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드물었다. 경찰관들은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체포와 수감 사실에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몇몇 경찰관들은 당혹감,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수감된 남대문서 유치장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두 사람은 새벽 3시49분쯤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유치장 건물로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문밖에 경찰차 몇 대만 주차돼 있었다. 인근 직장들이 남대문서 옆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유치장 쪽 건물로 자욱하게 흘러들었다.
경찰관들이 오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을 지키던 경찰관들은 현재 내부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자리를 피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남대문서 소속 다른 경찰관 A씨도 “잘 모르겠다”며 “우리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고, 일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 B씨는 “저희는 조용하다”며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서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혹감과 차분함이 혼재하는 분위기였다. 일선 경찰들은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다. 서울경찰청 소속의 경정 D씨는 “지휘부가 공백 상태이지만, 밑에 있는 분들이 있어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다들 예상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또 다른 경정 E씨는 “청장들이 없다고 경찰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며 “내부 직원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D씨는 “상황은 당혹스럽지만, 현장에서는 정해진 업무를 하며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만한 게 경찰’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D씨는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며 “직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 F씨는 “지금이야 내란으로 기울었지만, 당시 상황에선 고민할 겨를이 있었겠나. ‘항명이냐, 순응이냐’ 갈림길에서 더 쉬운 게 순응이었을 것”이라며 “극소수의 정신 나간 판단 때문에 경찰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