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서 한미재계회의 총회 개최
공동선언문에서 협력·유대 지속 다짐 밝혀
한·미 경제계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한국의 상황을 언급했다. 양측은 양국 경제계를 중심으로 긴밀한 경제 협력과 유대를 지속해나가겠다며 내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통상 체제를 유지하는 등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양국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1988년 출범한 한미재계회의는 한경협(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과 미국상공회의소가 함께 운영하는 민간 경제협력위원회다.
양측은 공동선언문 서두에서 “한국의 어려운 여건(Challenging circumstances)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계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긴밀한 협력과 강력한 경제적 유대를 지속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비상계엄 사태, 대통령 탄핵 소추 무산 등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측은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143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로 미국 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에 기여해온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FTA 재협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칩스법) 개정 가능성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글로벌 무역 체제를 지지하고, 양국 간 장벽을 줄여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등 5가지 권고 사항을 정하고 실천하기로 했다. 양측은 “양국 정부가 한미 FTA를 양자 경제협력 강화의 기반으로 재확인하기를 촉구한다”며 “양국은 기술 산업을 겨냥한 차별적 법안을 포함 양국 간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규제 환경을 조성해 향후 한·미 무역·투자 관계가 강력하고 회복력 있게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소형모듈원자로(SMR)·조선 등을 꼽으며 투자·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전문직 비자 개선 등으로 인적 교류 활성화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술 동맹으로서 반도체·자동차·2차전지·핵심광물·바이오·방산·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협력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내년 실무단(워킹그룹)을 출범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정책 의제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
한미재계회의는 양국을 오가며 매년 개최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해까지는 한국에서만 열렸다. 5년 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총회인 만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손상수 SK아메리카 부사장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사절단이 구성됐다고 한경협은 전했다.
총회를 마친 한경협 사절단은 11일까지 미국 의회 내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소속 토드 영 상원의원, 아미 베라 하원의원,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 등을 만날 계획이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올해 총회에 대해 “한미 FTA가 향후에도 양국 경제와 통상협력의 정책 기준이 돼야 하고 교역·투자 관련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에 양국 경제계가 동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