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주동자로 꼽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엔 ‘계엄 사태는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도 들어 있다. ‘내란 혐의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고 검찰의 수사영역이 아니다’를 두고 벌어진 검·경간 ‘수사 주도권’ 논쟁에서 일단 법원이 검찰 수사를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검찰은 11일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경찰은 대통령실을 각각 압수수색하고 나서면서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기관들의 경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구속한 김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고, 특수전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핵심 주동자 신병을 확보한 만큼 수사는 김 전 장관의 ‘윗선’과 ‘아랫선’에 전방위로 뻗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김 전 장관에 대해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계엄을 공모하고 실행을 주도한 행위에 ‘내란죄’를 적용한 검찰 수사가 1차적으로 법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 전 장관이 조사를 앞두고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에게 지시를 받은 군 지휘부가 ‘말 맞추기’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영장을 발부받아 내란죄 직접 수사가 위법하다는 논란을 해소했다. 법원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공무원의 범죄’와 내란죄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한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11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경찰청, 서울경찰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이날 새벽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검찰이 먼저 이들을 체포하면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빼앗기는 데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봐주기 셀프 수사’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둘러싼 검·경의 수사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현재 계엄에 연루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지만 검찰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경찰은 “국수본의 수사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청구권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수색·체포 등 강제수사를 할 때 검찰이 아닌 공수처 검사를 통한 영장 청구로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경찰이 지난 7일 방첩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자 이를 청구하지 않고 반려한 뒤 자신들이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를 개시해 ‘중복 수사’ 우려가 불거지자 세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수사기구를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검이 지난 9일 보낸 수사 협의 공문에 경찰과 공수처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결국 경찰·공수처만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결성돼 검찰과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