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태평양 순방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만 인근 해역에 역대 최대 규모의 함정을 배치하며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대만 당국이 연일 발표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훈련’이라 발표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쑨리팡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군이 대만 해역에 군함과 해경선 등을 배치하고 있다며 “현재 규모(90척)는 이전 4차례 중국군 실전 훈련 규모에 비해 크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파견된 함정 수로 볼 때 이는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작전”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국민당 소속이지만 독립 성향이었던 리덩후이 총통 당선 저지를 목적으로 제3차 대만해협을 일으켰을 때 이후 최대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이 정도의 함정을 동원하고 배치하려면 최소 70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이 이번에 대만뿐만 아니라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을 잇는 도련선)을 목표로 삼았다”며 중국의 이번 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과 한국·일본·필리핀 및 남태평양 국가 등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이 최근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경유하면서 첫 해외순방을 마친 가운데 중국군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9~10일 중국 군용기 47대가 대만 주변에서 활동한 것이 포착됐고, 이 중 16대는 중간선(미국이 양안 충돌을 막기 위해 정한 비공식 경계선)을 넘어 서남부 공역에 진입했다. 동원한 군용기 수로는 지난 쌍십절(10월 10일) 군용기 153대를 보낸 이후 최대이다.
중국은 또 9일부터 11일까지 남부의 푸젠성과 저장성에 비행제한구역 7곳을 임시 설정했다고 대만 당국은 전했다.
중국 측은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군사훈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독립 도발을 도모하는 동향을 고도로 경계하고 있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표면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위장 전술이거나 기상악화로 훈련 타이밍을 놓쳤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양안 우호를 과시하는 연례행사인 타이베이·상하이 쌍둥이 도시 포럼이 열리고 있어 훈련 사실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