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사건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법원이 검찰의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관할권을 인정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은 근거로 제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위법한 시행령에 근거한 수사라고 비판하는 데다 법원 내부에서도 해석이 엇갈려 논란의 불씨는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0일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내란죄 수사 관할권을 인정했다. 수사권을 인정한 근거는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공무원의 범죄’가 내란죄와 직접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직접 수사 범위로 주장해왔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내란죄와의 연관 근거로 제시하지 않았다.
2022년 법무부 장관이던 한 대표는 검찰 수사 범위에 대한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시행령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했졌다. 당시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했다. 한 대표는 시행령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을 ‘2대 범죄’에 포함시켰다. 상위법이 제한한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시행령으로 확대해 ‘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를 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법원 판단은 ‘검수원복 시행령’에 근거한 검찰 수사가 적법하냐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법원은 (검수원복) 시행령까지 판단하지 않고서 법률(검찰청법)만 봐도 경찰공무원의 범죄와 내란죄가 연관성이 있어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의 한 부장판사는 “영장판사가 수사 관할권을 살펴봤는데 (시행령에 대해서도) 당연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검수원복 시행령’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시행령에 따라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증죄를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에 포함시킨 (시행령) 규정은 검찰청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아 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달 “민주당의 ‘검수완박’ 대로라면 위증교사 사건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의 내란죄 수사가 향후 재판에선 인정되지 않아 공소기각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위원님이 가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죄 부분은 당연히 소추가 안 되고 내란죄 부분은 경찰에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본말을, 본질과 부수적인 걸 본다면 충분히 다른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형식적인 절차성은 구비됐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