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미동맹 지속 가능성 의문 제기”
불참한 여당 성토하며 현안질의 개최 촉구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 “여야 간사 협의해야”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과 외교부·통일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불참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사실상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지금 공백 상태”라며 “미국이 한·미 동맹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외환시장과 한국 수출시장에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도 “대외관계가 완전히 붕괴했다”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까지도 윤석열 정부와 심각한 외교 교섭을 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인권 등 가치 외교를 주장했는데, 지금 대통령이 앞장서서 자유와 민주의 근본적 가치를 공격하고 무너뜨리려다 실패했다”라며 “지금 상황은 내우외환”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6일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한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 하겠다고 결정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본국과 결정이 돼야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의 주한대사들이 지난 6일 모여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두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조태열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자들은 모두 불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부는 예정대로 의장국 활동을 진행할 것이며, 지난 9~11일 APEC 2025 심포지엄과 비공식 고위관리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의장 수임 활동을 개시했다”라며 “비공식 고위관리회의에는 APEC 회원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고, 우리의 2025년 APEC 개최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3일 계엄 발표 이후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본국에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 상종하지 못하겠다’고 보고했다”라며 “외교가 완전히 마비돼 버렸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장문에서 “골드버그 대사의 보고 여부 및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 문의 바란다”라며 “외교부는 계엄령 발표 직후 고위급 차원에서 주한미국대사와 소통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각급에서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5일과 8일에 조 장관을 접견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성토했다. 김영배 의원은 “내란 사태 이후 계속 외통위를 개최하자는 저와 민주당의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석기 위원장에게 윈원장 권한으로 현안질의를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회의 안건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