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인권 당국자들 행태가 목불인견이다. 윤석열이 지난 6일 임명 재가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은 “파렴치한 범죄자 처리를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나라가 이 모양”이라며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국민 기본권을 반헌법적으로 옥죈 계엄에 일언반구 없다.
박선영은 지난 10일 취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탄핵이 부결된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계엄에 맞서 국회 앞에 모이는 시민들을 생각하면, 참담한 발언이다. 또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국가폭력피해자들을 향해 “국가의 독립조사위원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정 유린’”이라고 했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그는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처형이기도 해 윤석열이 국회 탄핵 가결을 염두에 둔 ‘보은 인사’ 의심이 짙다. “5·16 혁명이 일어났을 때조차도 반대한 국민은 없었다. 독재를 왜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보건대, 독재정권의 폭력을 밝혀야 할 진화위 수장으로서 자질도 없다.
누구보다 먼저 인권 침해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인권위원장은 계엄 선포 후 8일째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전직 위원장들과 상임·비상임위원들이 직권조사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냈음에도,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 자유와 집회·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 일상을 훼손하는 포고령을 보고도 아무 할 말이 없다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적 기관의 설립 취지를 부정하는 인물들이 임명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독립기념관장·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역사 관련 기관장에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대거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이동관·이진숙 등 공영방송 장악 야욕을 감추지 않는 인사들을 임명했다. 무자격 인사들의 분열적·극단적 발언은 내내 시민들의 염장을 질렀다. 인사 전횡에 따른 국가기관 무력화는 독재의 시작이었고, 결국 국회 무력화를 위한 쿠데타까지 이어졌다. 윤석열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것처럼 이들 자격 미달 기관장들도 버티려 할 것이다. 구성원 임명동의제 등 부적격자 임명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 내란 속에서 더 이상의 ‘알박기 인사’는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