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국무회의, 회의도 아니었다’ 한덕수, 비상계엄 위헌·위법 자인

계엄 심의 국무회의 “절차적, 실체적 흠결 있었다”

‘부서(서명)’, 국회 통고 절차 등 헌법 모조리 어겨

“이제와서 다 같이 반대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나”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일어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일어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3 비상계엄 전 열린 국무회의를 두고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11일 밝혔다. 헌법은 계엄 선포·해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데 그같은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에 필요한 총리 등의 부서(서명), 국회 통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 요건은 물론 헌법이 규정한 절차를 모조리 위반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 총리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관련된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두고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회의 기록과 속기, 개회 선언, 종료 선언 등이 이루어졌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느냐’는 윤 의원의 재질의에 한 총리는 “그 말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그간 계엄 선포가 정족수를 맞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해왔다.

헌법 89조는 계엄 선포와 해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는 이런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국무위원들은 계엄 시각과 계엄사령관 등 구체적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계엄을 한다는 것만 있었지 구체적인 내용을 깊게 논의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계엄에 반대하고 윤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소집했다고 주장했다. 3일 밤 9시 무렵부터 국무위원들이 하나씩 모였다. 늦게 도착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3일) 오후 10시 10~15분 사이에 회의장에 들어갔다”며 “상황을 몰라서 옆 분에게 무슨 회의를 하는지 여쭸다. 딱 두 글자 들었다. ‘계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반대와 우려를 표시했다는 면피성 입장으로 일관했다. 박성재 법무장관은 ‘왜 윤 대통령을 막지 못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못 막은 결과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총리 이하 모든 분들이 여러 이야기와 행동으로 다양한, 막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말씀은 분명히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이제와서 다 같이 반대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라”며 “처음에는 입장 표명도 안하다가 대통령 탄핵되고 본인들 감옥갈 것 같으니 반대했다고 입을 맞추느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어 뒤에 앉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2명만 손을 들었다. 답변석에 나와있던 한 총리는 이 의원에게 “저는 대통령께 반대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법 행위에 반드시 필요한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역시 위법·위헌 가능성이 크다. 한 총리는 조 의원이 “비상계엄 선포도 그 절차(부서)를 거쳤느냐”고 묻자 “전혀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다른 국무위원 역시 부서한 적이 없다고 했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규정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서는 헌법상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률상 흠결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시 즉시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국회에 통지하지 않은 것도 불법’이라는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통고를) 못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못한 것과 안 한 건 다르다’고 재질의하자 한 총리는 “수사 과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본회의를 시작하며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요구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 서 의원은 한 총리 뒤에 앉은 국무위원들을 향해서도 모두 일어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국무위원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났고, 절반 가량은 어정쩡한 자세로 머리를 숙였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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