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의 함성이 무섭지 않은가

정인수 김대중재단 자문위원회 부의장

불가에서 나락(那落)은 지옥을 말한다. 윤석열은 임기 2년7개월 동안 묘혈을 팠다. 그는 애초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초짜였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기본 틀조차 모르는 무식쟁이였다. 무소불위한 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했다. 스스로 짐(朕)인 양 행세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의 의결은 안중에도 없었다. 인사청문회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입맛대로 관료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 선후배 출신과 충암고 출신 동문을 요직에 전진 배치했다. 신판 ‘하나회’였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전 정권 탓이라거나 국제경기 탓으로 얼버무렸다.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마구 썼다. 자신과 처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탄핵 요구는 권력으로 깔아뭉갰다. 오로지 김건희 지키기에 전력투구했다.

현직 대통령 김대중, 김영삼은 아들의 비리가 터지자 국민의 여론이 무서워 감옥에 보냈다. 읍참마속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식언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권력기관의 영수증 없는 천문학적 특활비 예산 요구는 후안무치하다. 이러한 야당의 예산 삭감은 당연함에도 윤석열은 예산 폭거라고 비수를 들이댔다.

궁지에 몰린 윤석열은 지난 3일 심야에 뜬금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반국가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포문을 열었다. 반국가 종북세력은 과거 군사정권이 통치수단으로 즐겨 써먹던 낡은 이데올로기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자신을 지지하는 13%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반국가 종북세력이라는 말이 된다. 재임 중 단 한 번을 빼고는 국정운영 파트너인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거부했다. 협치가 아닌 불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정적을 잡아넣지 못해 안달했다.

국민은 안다. 비상계엄령 선포 이유는 간단하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김건희 특검에 위협을 느껴 서둘러 자충수를 둔 것이다. 눈엣가시 같은 야당 국회의원을 잡아다가 혼내주고 정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대국민 공포 조성을 위한 협박용이다.

계엄법 제9조에 의한 포고령은 얼마든지 무차별 검거 작전이 가능하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국민을 길들일 목적으로 써먹었던 국토건설대와 삼청교육대의 악몽이 떠오른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부마항쟁 때 현장을 다녀온 차지철은 박정희에게 말했다. 전국적으로 반정부 세력 3만명을 잡아 무인도에 수용하면 끝난다고 호언했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겼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윤석열의 경거망동으로 국가신인도는 물론 경제, 외교가 급전직하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있다.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찬란한 금자탑이 무너졌다. 윤석열은 국가지도자로서 깜냥이 절대 부족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어쩌다 이런 국가지도자를 만났는지 만감이 교차한다. ‘국가흥망 필부유책(國家興亡 匹夫有責)’, 국민의 책임이 크다.

다행히도 국회의 기민한 대처로 비상계엄령은 6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일촉즉발 누란의 위기를 맞아 서울 한복판에서 제2의 광주사태가 유발할 뻔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국회를 에워싼 분노한 시민과 계엄군의 충돌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모두의 승리였다. 이제 윤석열은 국가 내란죄, 직권 남용죄 등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고집불통 윤석열의 자승자박이자 자업자득이다. 국가가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공동정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역시 대오각성해야 마땅하다. 언제까지 윤석열 마당쇠 노릇만 할 것인가.

7일의 대국민 담화는 석고대죄가 아니었다. 잔명을 도모하려는 구차한 꼼수에 불과했다. 책임의식도, 사내대장부로서의 결기도 없는 비겁함이었다. 나라의 운명을 백척간두에 처하게 한 윤석열은 더는 대통령이 아니다. 노도와 같은 국민의 함성이자 지상명령이다. “즉각 하야하라!” “하야하라!”

정인수 김대중재단 자문위원회 부의장

정인수 김대중재단 자문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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