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때와 달라진 트럼프의 관세 정책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지난 11월6일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하나둘씩 트럼프 캠프 측에서 구상하고 있는 각종 정책안들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다.

지난 11월 말경 트럼프는 취임 직후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해당되는 국가들, 즉 미국을 제외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과 마약 밀수를 빌미로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관세를 앞세워 미국의 마약 및 이민 문제를 다른 국가에서 해결할 것을 압박했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전향적으로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며 고율 관세의 부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1기에 무역 적자의 완화를 위해 관세가 활용되었다면 이번에는 마약, 이민 등 일견 관련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슈 해결에 관세가 중요한 레버리지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당선되기 전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중국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쟁 억지의 수단으로도 관세 카드가 사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중국과 러시아 등이 달러의 사용을 줄이며 달러 패권에 도전할 때에도 관세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감세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 카드가 활용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관세는 그야말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관세는 사전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님을 절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세의 위협은 트럼프 1기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기존보다 여러 루트를 통해 관세 압박이 들어올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다만 미국도 대규모 관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일정 수준은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편 관세로 언급되는 20%라는 세율이 “최대치”임을 강조한다. 상대국과의 협상 초기에 20%라는 최대치를 제시하여 무역을 비롯한 각종 이슈 협의에서 우위를 점한 후,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의 합의에 다다르면 그런 균형이 유지가 되는 한 최저 수준으로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언급한다. 즉 협상 이후에 과도하게 높은 세율을 낮춰주기 위해 올리는(Escalate to De-escalate·확대 후 축소)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베센트의 주장에서 트럼프 2기의 관세 부담은 크지만 디테일에서 이를 완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세는 무역 관계 속에서 적용되는 바, 미국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대응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은 트럼프 1기를 겪었다. 정확한 추산은 되지 않지만 미국의 대ㄴ모 관세 부과가 각국의 수출 성장에 어떤 부작용을 줄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에서 ‘성장’으로 통화 정책의 축을 옮기면서 빠른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금리 인하는 해당 국가 통화 가치의 절하와 함께 반대편에 있는 달러의 강세를 압박하게 된다. 관세를 부과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형성된다면 미국에도 곤혹스러운 험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올수록 관세 관련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 내에서도 과도한 관세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각국 역시 트럼프 1기를 겪어본 만큼 대응책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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