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관련 기록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발언 기록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는데, 관련 문서를 빨리 확보해 계엄에 가담한 이들의 혐의와 범죄 가담 정도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상계엄 발령에서부터 해제까지 생산된 정부 기록은 형사 재판과 탄핵심판의 주요 증거물로 사용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오는 19일까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기록물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고 12일 밝혔다.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점검반을 구성했는데 각각 국방부·행안부·국가정보원·경찰청·합동참모본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의 기록물을 살펴볼 예정이다. 계엄 전후에 생산된 기록물이 제대로 등록이 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기록물 본문에 명시된 첨부서류가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기록협회와 군인권센터 등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사령부, 방첩사령부의 문건 폐기를 우려하며 국방부 등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계엄 관련 기록물을 통해 파악해야 하는 건 준비 기간과 시행 시기, 구체적인 단계, 참여자 등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언제부터 계엄을 준비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계엄 관련 문서의 시행 시기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검찰 수사에서 “초여름쯤 대통령이 계엄 얘기를 꺼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지는 등 여러 설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히 파악된 것은 없다. 앞서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 청구한 문서는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문부터 계엄사령부에서 발령한 포고문, 계엄사령부에서 발령한 무기사용 관련 하달 훈령, 계엄사령부 계엄 협조관 임명 관련 하달 공문, 계엄위원회 구성 관련 문서 등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계엄 시행 일시와 계엄 지역, 계엄 종류 등을 적시하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계엄 관련 명령을 언제 내렸는지 알 수 있다.
계엄이 어떤 단계를 거쳐 시행됐는지도 문서를 통해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사적으로 회동한 것 외에 법적 단계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따랐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혼자 발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계엄사령관을 추천하는 건의문을 작성해야 하고, 판단 요소와 각 요소에 대한 검토 결과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또 계엄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상계엄 포고에 앞서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도 해야 한다.
문서를 검토하면 내란 동조 혐의를 누구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도출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계엄 주장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말과 달리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문,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문 등의 문서 표지에 대통령 서명과 함께 국무총리 서명이 있다면 한 총리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공공기록물법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의 회의록,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헌법도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못 박았다. 만약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관련 문건이 작성되지 않았다면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므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