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스타트업도 가능하다고?···‘녹색대출’ 시장 열린다

김지혜 기자

친환경 활동을 하는 기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녹색여신’ 시장이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회사가 대출 취급 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따라 녹색여신 여부를 판단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관리지침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견·중소기업과 같은 산업계 ‘모세혈관’까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선도적 정책이라 평가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의 준비가 미흡한 만큼 이차보전 등 지원·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K-택소노미와 별도로 운영되는 ‘녹색인증제도’ 에 참여한 중견기업 불스원은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녹색인증’을 취득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의 불스원 실험실. 한수빈 기자

K-택소노미와 별도로 운영되는 ‘녹색인증제도’ 에 참여한 중견기업 불스원은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녹색인증’을 취득했지만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의 불스원 실험실. 한수빈 기자

금융위원회·환경부·금융감독원은 12일 K-택소노미를 여신에도 적용하는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발표된 K-택소노미는 ‘친환경 경제활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이에 부합하는 기업은 금리 보조·세제 감면 등 혜택이 붙는 ‘녹색금융’을 조달받을 수 있다. 다만 여태까지는 K-택소노미 적용이 채권에만 한정돼, 대기업과 달리 채권 발행이 힘든 중견·중소기업은 녹색금융에서 사실상 소외돼왔다. 그런데 이번에 적용범위를 여신까지 넓혀 중견·중소기업들도 은행 창구에서 손쉽게 녹색금융을 조달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리지침은 녹색여신을 ‘자금의 사용목적이 K-택소노미에 부합하고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해 취급되는 여신’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취급·검증 절차를 명확히했다. 친환경만 표방하고 대출금은 엉뚱한 데 쓰는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체계를 갖춰, 금융회사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눈에 띄는 지점은 금융회사가 대출을 받는 기업을 대신해 K-택소노미 적합성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자금 사용 주체인 기업이 스스로의 활동이 어떻게 K-택소노미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녹색여신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이 K-택소노미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금융회사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지침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녹색여신 책임자’를 각 금융회사가 지정해야 한다고도 정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이 중견·중소기업, 나아가 스타트업까지 녹색금융 자금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모범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기후금융 싱크탱크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는 “녹색여신 관련 지침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온 경우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면서 “상장기업 중심으로 기후금융이 발달한 유럽과 달리 산업계 모세혈관인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숨통을 틔운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녹색여신의 취급 주체인 금융회사들의 참여 동인이 부족하고 준비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ESG금융 전문가는 “현재 수조원대인 정부의 녹색금융 이차보전 사업 규모로는 금융회사들의 적극 참여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기후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재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녹색금융이 향후 금융권의 ‘새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회사들도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곧바로 의무화하기보다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여신 업무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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