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후 약 1시간30분이 지난 시점에 경찰청 지휘부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조 청장이 이미 경찰의 국회 통제, 중앙선거관위원회 배치를 지시한 뒤에야 지휘부 회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요건 검토를 위해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힌 조 청장과 달리 경찰청은 회의에서 비상계엄의 위법성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조 청장 주재로 열린 회의를 두고 “계엄령 관련 위법성 판단 여부에 대한 내용은 아예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회의에서 “경찰청장이 법령·판례에 근거한 업무수행을 당부했다”며 “회의영상 및 회의록은 없다”고 했다.
이는 조 청장 주장과 배치된다. 앞서 조 청장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비상계엄 요건이 되는지를 검토했나’라고 묻자 “그래서 제가 오후 10시31분에 전화를 해서 회의를 소집했다”고 주장했다.
회의 개최까지 걸린 시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지휘부 회의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90여분이 지난 4일 자정에 열렸다. 회의는 20분간 진행됐다. 조 청장과 이호영 경찰청 차장 등이 참석했고, 국회경비대를 산하로 둔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시작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오후 11시쯤 ‘포고령 1호’를 발령하고, 오후11시37분쯤부터 조 청장에게 전화해 직접 계엄 관련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총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접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 청장 등의 경찰 배치 지시도 경찰 지휘부 회의 전에 이미 이뤄졌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국회와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10시46분 국회 내부로 이동하는 사람에 대해 일시 출입통제를 지시했고, 일시적으로 풀렸던 국회 통제는 오후 11시37분 조지호 청장의 지시로 전면 통제됐다. 오후 11시9분부터 11시58분까지 경찰 94명이 선관위 밖 버스와 정문에 배치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경찰청 차원에서 내란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가수사본부는 내란의 공범 조지호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수뇌부에 대한 수사가 엄정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