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어 두려운 미래…‘생존 배낭’ 꾸리며 위안

백승찬 선임기자
[책과 삶] 통제할 수 없어 두려운 미래…‘생존 배낭’ 꾸리며 위안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마크 오코널 지음 |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 336쪽 | 2만2000원

아일랜드 출신 기자 마크 오코널은 종말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녹아내리는 빙산, 뱃가죽이 달라붙은 북극곰, 꺼지지 않는 산불 이미지를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는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거의 소진되어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해체를 맞이할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다만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했다. 오코널은 파국이 임박했다는 걱정에 삶과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오코널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자매들’의 문장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 치명적인 활동을 살펴보기를 갈망했다”를 되새기며 종말론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종말의 원인에 대한 유추나 그 대비책은 각기 달랐다. 그중 상당수가 미심쩍다. 미국에는 ‘프레핑(prepping)’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가 곧 파멸할 것이기에 충분한 준비물(프렙)을 갖추는 데 많은 투자를 하는 하위 문화를 일컫는다. 프레핑에 빠진 사람은 주로 백인 남성이다. 이들은 감염병·전쟁·경제 붕괴에 따른 대규모 폭력과 법·질서 붕괴를 예측하고 사냥칼, 구급 용품, 랜턴, 마스크, 나침반 등으로 구성된 생존 배낭을 준비한다. 이런 전망은 “독립심 강한 백인 남성이 적대적인 야생 환경에서 역경에 맞서면서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이상”을 바탕에 둔다. 프레핑이 ‘위기의 남성성’ 혹은 인종주의와 관련 있다는 징후는 뚜렷하다.

‘종말 부동산업’도 성행하고 있다. 세상이 멸망해도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거대 지하 대피소를 마련하는 일이다. ‘폭도’를 막을 수 있는 경비 병력과 건조식품 창고, DNA 보관소, 체력 단련실, 온실이 있다. 물론 상당한 재력가만이 이런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도 지구 종말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있다.

오코널은 “미래가 두려움의 원천인 것은(…) 우리가 미래를 너무나 몰라서 거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종말 감수성, 종말론 양식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길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혹적”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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