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영안실에서 찾은 아들…반군 “고문한 자들 끝까지 추적”

선명수 기자

시리아 전역 감옥 열리며 고문기구·시신 등 참상 드러나

2011년 이후 15만명 실종…반군 “해외 도피자들 인도를”

팔레스타인 출신 여성 힐랄라 메리예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알모즈타헤드 병원 영안실에서 11년 전 체포된 후 실종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뒤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출신 여성 힐랄라 메리예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알모즈타헤드 병원 영안실에서 11년 전 체포된 후 실종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뒤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한 뒤 시리아 전역의 감옥 문이 열리며 알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에게 저지른 고문과 살해 등 인권유린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알아사드 정부를 무너뜨린 반군은 11일(현지시간) “고문 세력에게 사면은 없다”며 외국으로 도망친 정권 인사들에 대한 인도를 요구했다.

반군 연합의 주축인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수감자를 고문한 자들을 사면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망친 이들을 시리아로 인도해달라”고 주변국에 촉구했다. 그는 전날에는 고문 및 학살 범죄와 연루된 군과 정보기관 간부들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 다만 그는 인권침해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단순 징집병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다.

전날 다마스쿠스 외곽의 군 병원에서 고문 흔적이 있는 시신 40여구가 발견되고 수감자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교도소들에서 각종 고문기구가 나오며 민심도 들끓고 있다. 영안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피해자들은 국제앰네스티가 ‘인간 도살장’으로 명명한 세드나야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들로 추정된다.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구금시설과 영안실 등에 몰리고 있다. 이날 다마스쿠스 알모즈타헤드 병원 영안실에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들자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시신 사진들이 벽에 붙었다. 2011년 내전이 시작된 후 시리아에서는 약 15만명이 불법 구금 등으로 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아들 넷이 알아사드 정권에 체포된 팔레스타인 출신 여성 힐랄라 메리예(64)도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고, 실종 11년 만에 영안실에서 아들 한 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메리예는 AP통신에 “그들은 왜 자국민에게 이런 짓을 한 건가”라면서 “나머지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절규했다.

정권의 잔혹성이 속속 드러나며 이들을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반군 일부는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부친이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장기집권한 독재자 하페즈 알아사드의 무덤에 불을 질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난 주민들이 정부군 군복을 입은 이들과 정권 부역자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이날 다마스쿠스 남쪽 알미단에서는 2013년 발생한 타다몬 학살 주범에 대한 공개 처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수천명이 광장에 모여들기도 했다. 2년 전 실체가 드러난 타다몬 학살은 정부군이 어린이 12명을 포함해 최소 288명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다. 이날 공개 처형은 이뤄지지 않았고 군중은 곧 해산했으나, 수십년간 이어진 잔혹 통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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