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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12 군사 반란일’ 맞춰 5·18 성폭력 피해자들, 손배소송

입력 2024.12.12 21:08

수정 2024.1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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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명예회복’ 요구

피해자·가족 17명 집단청구

현행법상 실질 보상 미지수

이남순씨(67)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불잡혀 날카로운 물건에 엉덩이 뒤편이 찔렸다. 그는 내내 하혈하다 자궁을 적출했다. 평생 “여자로서 끝났다”고 생각하며 결혼도 포기하고 살아온 그에게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12월, 43년이 지나서였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5월13일자 12면 보도)하면서 “다 살고 갈 때 되니까 국가가 인정해주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괜찮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던 이씨는 이후 암을 발견해 현재 투병 중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이 저지른 성폭력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2일 제기한다. 원고는 성폭력 피해자 14명과 피해자를 보살펴온 가족 3명이다. 위자료 청구 금액은 강제추행·강간·특수강간 등 가해 행위와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정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은 처음이다.

이들은 12월12일에 맞춰 소장을 제출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시작점인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의 홍보 담당인 김선옥씨(66)는 “피해자들이 고령이고 이씨처럼 아픈 경우도 있기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배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이는 한 사회가 공동체로서 담당해야 할 사회적·경제적·분배 정의의 실현 문제”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5·18 성폭력 피해는 전두환 등 내란 행위자들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도심 시위 진압 작전 등에서 발생한 계엄군 등에 의한 불법행위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국가 책임”이라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가 있는 점,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약 40년 배상이 지연된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주광역시에 보상 신청을 했지만 기존 보상 기준이 ‘신체 장해’ 중심이라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복희 ‘열매’ 대표(63)는 “정부와 국회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이들에게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김씨는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플래시’ 달린 모자를 쓰고 국회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1980년 5월 광주 전일빌딩에 들어가는 시민들을 쫓던 계엄군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 5일 기자와 만나 “40년이 훌쩍 지나서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 위에 헬기가 뜨고 계엄군이 들이닥치는 일이 벌어진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모두 ‘광주’에 빚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의 경험이 있었기에 계엄 해제도 가능했다 본다”며 “이런 일이 다시 안 일어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전히 미완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성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체감했습니다. 하루빨리 시국이 안정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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