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체포시도 파문’으로 번진 계엄사태···대법 “사법권 중대 침해”

유선희 기자    김나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12·3 비상계엄 때 군과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현직 부장판사를 체포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계엄 장악 대상에 사법부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계엄의 위법·위헌 증거가 짙어지고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3일 밤 10시30분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정치인 15명 등의 위치정보를 확인해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들 중에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김 판사는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반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위증을 요구하는 대화라고 해석하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 청장은 당시 ‘김동현’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해 여 전 사령관에게 “누구냐”고 물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위치추적 대상자로 알려진 인물은 이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들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직 법조인이다. 현직 판사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사실상 사법부까지 장악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시도는 ‘거대 야당이 사법부 탄핵에 나설 것을 우려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했을 때 이제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들이 곧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다”고 계엄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로서 신속한 사실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법도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특정 사건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그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밝혔다. 현직 판사인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쓴 글에서 “사법을 겁박해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명확히 윤 대통령이나 여 전 사령관이 조 청장에게 준 문건들에서 김 부장판사의 이름이 있다는 점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부장판사 이름이 포함된 체포대상자) 명단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일부 진술을 확인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현직 판사에 대해 진술한 건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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