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분간 결의에 찬 목소리로 계엄 정당성 설명”
경찰 특별수사단, ‘사전 회동’ 영장청구 근거로
경찰청장에 장악 기관 지시, 탄핵소추안에 적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불러 약 5분동안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 경위와 이날 사전 안가회동은 조·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그대로 담겼다.
경향신문 첫 보도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행적은 ‘대통령 안가’로 집중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7시쯤 대통령실 안가에서 조·김 청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약 5분간 계엄의 정당성 등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설명하더니 지시사항이 담긴 A4용지 1장을 건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 ‘종북 세력’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말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 시점을 포함해 국회와 언론사 MBC, 여론조사 꽃(김어준 대표) 등 10여 곳이 ‘장악할 기관’으로 적혀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엔 윤 대통령이 조 청장에게 6차례에 걸쳐 “마치 스토킹하는 사람처럼 전화해 직접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한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 지시가 “불법적인 지휘로 판단해 모두 거부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당초 조 청장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므로 불법 지시 경위와 불이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나 “이제라도 사실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경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이 그간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비상계엄 발령 수시간 전에 윤 대통령과 김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김 청장에 대한 구속심사는 13일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비상계엄 발표 전 경찰청장에 장악 기관 지시한 내용은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소추안에도 담겼다. 민주당 의원이 작성한 탄핵소추안에는 “2024년 12월3일 19시경 경찰이 장악할 대상 기관과 인물이 적힌 문서를 경찰청장에게 하달하기도 했다”는 내용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라고 담았다. 비상계엄 선포 전 경찰청장 등을 불러 회동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두 번째 탄핵소추안에 ‘비상계엄 준비’ 행적으로 추가한 것이다. 탄핵소추안에는 “피소추자(윤 대통령)가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내란죄를 저질렀다”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버리고, 그 직무집행에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했다”고 담겼다.
비상계엄 이전부터 윤 대통령이 경찰청장과 ‘대통령 안가회동’을 한 사실까지 새롭게 밝혀지면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는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김 전 장관을 형법상 내란죄의 ‘중요임무 종사자’로 규정하면서 그 ‘윗선’인 윤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라고 지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오는 14일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