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내란 핵심 주동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여 전 사령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하고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0일과 12일 여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방송인 김어준씨 등 체포 명단을 전달하고 위치정보 추적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조 청장 측은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까지 체포 명단 15명에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여러 방첩사 간부들도 국회에서 “여 전 사령관이 정치인 등 14명을 체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수도방위사령부 내부 벙커에 국회의원을 구금할 시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방첩사 간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4일 새벽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직후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오는 14일 오후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영장판사는 피의자 심문 없이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앞서 김 전 장관도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여 전 사령관은 입장문에서 “저는 (김용현) 장관의 명을 받고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로 인한 결과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결국 군인으로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다”며 “저의 판단,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핵심 주동자로 지목됐다.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서울 충암고 선·후배 관계다. 계엄군 지휘부 중에서 가장 먼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구속 기로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