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퀄컴과 손잡고 개발한 확장현실(XR) 헤드셋이 내년 소비자들을 만난다. 이미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애플·메타와 XR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게 됐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글캠퍼스에서 ‘XR 언락’ 행사를 열고 내년 중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를 탑재한 최초의 기기 ‘프로젝트 무한’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에 구글 운영체제와 퀄컴 칩이 장착된다.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안드로이드 XR은 구글과 삼성전자, 퀄컴이 개방형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다. 헤드셋, 안경 등 다양한 폼팩터(제품 외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등 여러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돕는다. 특히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정보를 찾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앱)들은 헤드셋에 맞춰 재탄생한다. 유튜브를 가상의 대형 화면에서 즐기고, 구글 지도의 몰입형 보기를 통해 실제처럼 생생하게 도시를 탐험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XR을 적용한 첫 기기로 선보이는 ‘프로젝트 무한’은 스키고글 형태의 헤드셋이다. 무한이라는 이름은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공간에서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먼저 헤드셋을 시장에 내놓은 뒤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한 안경도 출시할 계획이다. 헤드셋의 가격과 정확한 출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인 최원준 부사장은 “고객이 어떤 가격대를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매체는 삼성전자가 500만원 수준인 애플의 XR 헤드셋 비전 프로보다 가격을 낮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봤다. 최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XR은 주변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물리적 제약 없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XR 기기 성능뿐만 아니라 기기를 사용하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이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애플은 지난 2월 비전 프로를 출시했지만 비싼 가격, 비전 프로용 콘텐츠와 대표 사용 사례 부족으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는 ‘퀘스트’라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증강현실 안경 ‘오라이언’ 시제품을 공개하고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기기로 자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안드로이드 XR 생태계 확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샤흐람 이자디 구글 XR 부문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XR 기기용 앱과 게임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