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스토커처럼’ 경찰청장에 6차례 전화···5분간 계엄 필요성 역설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섯 차례나 전화해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하라”며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종북세력” 등을 언급하며 계엄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청장의 변호인인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조 청장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를 3시간여 앞둔 오후 7시20분쯤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 “종북세력” 등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약 5분간 결연한 목소리로 계엄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말했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 등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지시사항이 적힌 A4용지 한 장을 주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여기에는 국회, MBC,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접수·장악할 기관 10여곳이 ‘점령지’로 적혀있었다. 각 기관별 접수할 시간대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고 한다. 조 청장 측은 “(접수할 언론사가) MBC 외에도 더 있었다”고 밝혔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인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보수사관 100명 지원, 정치인 15명 위치정보 확인, 선관위 3곳 군병력 배치 관련 경비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조 청장은 선관위 경비인력 지원 요청은 불상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김준형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차량 안에서 지켜보며 우발대기하라’고 지시했으나, 나머지 요청은 부당한 지휘로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청장은 이날 밤 11시20분쯤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으로부터 “방첩사에서 수사관 100명 체포조 지원을 요청받았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여 전 사령관이 위치정보 확인을 요청한 15명 중에는 ‘김동현’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조 청장은 자신이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누구냐”고 물었고, 여 전 사령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답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단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전직 사법부 고위인사들과 우원식 국회의장, 이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야권 인사들뿐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포함됐다. 여 전 사령관은 한 대표 이름을 제일 마지막에 불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 발령과 군·경의 국회 투입이 이뤄진 뒤인 밤 11시37분 이후 조 청장에게 총 여섯차례 전화를 걸어 “계엄법 위반이니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이 마치 스토킹하는 사람처럼 전화해 체포를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 청장 측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생각해 참모한테 말 안 하고 혼자 묵살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이후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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