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중국인 간첩’ 담화에 보복 우려…한·중관계 새 악재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과 ‘중국산 태양광에 의한 산림파괴’를 언급한 것이 한·중관계의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13일 일제히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매우 놀랍고 불만스럽다”고 논평했다고 전하면서 “윤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 말을 인용해 탄핵 압력에 직면한 윤 대통령이 중국을 이용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 산하 환구 류훙 편집장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뉴탄친은 “사건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중국 간첩’을 과장해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행동이 아니다”라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적국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해서 한국 뉴스를 챙겨본다는 한 베이징 거주 중국인은 “발언 내용이 너무 거칠고 끔찍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주재원은 “아직 중국 측 협력 파트너로부터 이 발언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없다”며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에서 ‘놀랍다’가 처음 언급된 것을 보면 중국에서도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공공기관 소속 주재원은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에는 확실히 찬물을 끼얹었다”며 “신임 주중 한국대사 부임이 늦어지면서 행정적인 절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간첩 발언’의 보복으로 중국 당국이 한국 기관 인사들을 더 주의해서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대기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윤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임이 지연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교민이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중국인 간첩’ 발언과 신임 대사의 부임 지연으로 석방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민사회는 허탈함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십년째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기업인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려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1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최근 국내 상황과 관계없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가면서 한·중관계를 지속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