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사주’ 제보로 수사받는 방심위 직원 “대통령실 대치 황당”
지난 2년간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시민단체와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비판해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각종 목소리를 강제수사로 틀어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벌인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압수수색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지경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했으나 7시간째 경호처와 대치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지난 9월 아침 그가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집으로 들이닥쳤던 압수수색과는 판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냉장고까지 뒤졌다. 하지만 경찰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앞에선 7시간 대치 끝에 ‘극히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받아 떠났다.
지씨는 “대통령실이 군사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내가 당한 압수수색과는 천지 차이였다”며 “공권력이 참 불공정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 사무국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신의 가족·지인을 시켜 방심위에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을 알리기 위해 민원인 이름 등 개인정보를 수집·누설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지 사무국장은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강제성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수색 대상과 협의한다는 건 (뭘 압수할지) 다 알려주면서 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증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실이) 증거물 파기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점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지난해 9월 녹색연합 사무실에 들이닥쳤던 경찰 모습과 너무 달랐다고 했다. 경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혐의를 수사하면서 참고인 자격인 정 사무처장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시민단체 250여곳은 “시민단체 겁주기용 과잉수사”라고 반발했다. 정 사무처장은 1년3개월 전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다만 “아직 수사 중”이라는 답만 받았다고 했다.
정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에서 15년가량 몸담으며 시민사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만큼 이뤄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녹색연합뿐 아니라 여러 언론과 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대통령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검찰·경찰 모두 일사불란하게 기조가 달라져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모든 시민을 수사 대상이나 피의자로 치부하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