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들에게 ‘계엄 이후 할 일’ 일일이 지시했다

정희완·탁지영·조문희 기자

조태열 “종이 한 장 건네, 자리에 내려놔” 최상목 “폐기 않고 보관”

야당 “국회 경고성 계엄이라며 사전 준비…금방 끝낼 생각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조치 내용을 사전에 일부 국무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치밀히 준비했고 계엄 상황을 장기간 유지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비상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9시쯤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이후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지시사항이 담긴 종이 한 장을 줬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구체적인 문건 내용을 두고 “재외공관이란 단어만 생각난다. 상세한 게 아니고 서너 줄 정도”라며 “재외공관에서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계엄)이 있으면 했을 조치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계엄 선포 이후 재외공관이 해당 국가에 계엄의 정당성 등을 전달하라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2017년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에도 “주한 미·중 대사 등 주요국 대상 현 소요사태 관련 계엄 당위성 설명” “주요 국가 주한사절단(기자·기업인 포함)을 초청해 계엄 시행을 지지토록 요청” 등 대외 대응 방안이 담겼다.

조 장관은 지난 3일 당시 계엄을 선포하려는 윤 대통령에게 “외교적 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70여년 동안 쌓아온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니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건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조 장관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거대 야당으로 인해 “망국적 국정 마비 상황”과 “행정·사법의 국가기능 붕괴 상태”가 초래됐다며 계엄 발동을 정당화했다.

조 장관은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함께 있었다고 했다. 조 장관은 10여분 뒤 집무실을 나온 이후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집무실에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부총리도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발표를 마친 뒤, 자신에게 반으로 접은 종이 한 장을 줬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 옆에 있는 누군가가 자료를 줬다”며 “경황이 없어서 (4일) 오전 1시부터 시작한 간부 회의가 끝날 때쯤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문서 내용을 두고 “기억하기로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과 유동성을 잘 확보하라 정도였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를 폐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향한 경고성 계엄을 한 것이라면, 이렇게 순차적·체계적으로 계엄 이후 경제, 외교와 관련한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줄 리가 만무하다”며 “윤 대통령은 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이 “계엄 이후 국정을 어떻게 하라는 문서들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한 총리는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라며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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